Sayings of Budha, Tsi Chih Chung(蔡志忠, 채지충), 현대출판사(現代出版社)
베이징에서 사온 책. 어릴 적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채지충의 만화 사자성어가 생각 나서 중국 온 김에 찾아보자 했는데, 서점에 있길래 뛸 듯이 기뻐하며 사온 책이다. 이 분, 대만 유명 만화가라는데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만화 불교, 유교, 도교, 중국고전 등등 시리즈가 나왔고, 이 책도 세계적으로 4천만 부(정말…?)가 팔렸다는 마크가 책에 찍혀 있다. 아무튼 대가의 명작임은 틀림없다. 당시 안 그래도 많은 짐 줄여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책값이 워낙 싸고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 거란 생각에 영역본인 이 책과 중국어로 된 만화 불교, 도교를 사왔는데 귀차니즘으로 한 권 읽지 않고 먼지 만 뽀얗게 쌓이고 있었다. 네덜란드 오면서 그나마 해석은 가능한 이 책만 싸왔는데 겨우 다 읽어냈다.
남들이 무슨 종교 믿냐고 물으면, 나이롱 불교 신자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기본 교리에 너무 어두워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이해를 깊게 한 듯 하여 기쁘다.
책은 간결하고 핵심적인 불교의 교리를 축약하여 지루하지 않게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교리 이야기라 스토리가 없어서 그림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림은 붓다가 앉거나 서서 강담하고 제자는 앉아서 경청하는 그림일 뿐이다. 하지만 자칫 지리할 수 있는 교리 설명에 중간 중간 삽화를 곁들여 지루함을 달랜다는 점 만 하더라도 그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미려하게 잘 그린 그림이기도 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는 그림 풍은 어릴 적에 감탄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책의 순서는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것, 담마에는 “자기”라는 것이 없다는 것, 니르바나는 완전한 고요라는 것, 만물은 특정한 상황에 의해 인과 관계로 생겨난다는 것, 모든 것이 고통이라는 것, “나”라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 공이라는 것의 의미, 그리고 의지를 순수하게 하는 것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나의 수준이 깊지 못하므로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불교 입문서로 모자람이 없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불교가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환생이라든지 사천왕이라든지 불교의 장식적인 내용들은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끊으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귀히 여기고, 스스로 하나하나 검증하고 재현하여 체득해 나가는 것이 후배로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본인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불교의 교리를 공부해보았으면 하고, 이 책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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