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암스테르담 나들이

크리스마스 이브 날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아내가 이날 콘서트홀에서 무료 공연이 있다는 정보를 유랑에서 입수하여 그것도 보고, 박물관도 볼 겸 해서 나섰다.

공연이 저녁 8시부터였기 때문에 조금 느즈막히 1시 가까이 되어서야 집을 나왔다. 이틀 전에 발켄뷔르흐를 기차 타고 다녀왔기 때문에, 덴하그 센트럴 역 자동 매표기에서 가볍게 표를 구입했다. 영어가 지원 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

DSC00344헤이그 센트럴 역. 크리스마스시즌이라 그런지 나름 꾸며놓았다.

덴 하그에서 암스테르담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간에 스히폴 공항을 거쳐 간다.

한국에서 사 온 유럽여행 가이드 북에 암스테르담은 잘 나와 있었기 때문에 가기 전에 별다른 준비를 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내 넥서스 원 World Explorer 앱에 암스테르담 지도 만 다운로드 받았다. 덕분에 길은 전혀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DSC00304암스테르담 도착~ 헤이그랑은 좀 다르다. 수로가 훨씬 넓어서 운치가 있달까…

 

DSC00308옛날에 세금 때문이었다던가? 집 너비가 정말 좁다.

 

재밌는 광경이 있어 동영상도 하나 찍었다. 찾아보면 백조도 있음~

구경 루트는 안네의 집 –> 고흐 박물관 –> 콘서트 홀. 지도 상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기차에서 내려서 바로 안네의 집으로 향했다. 폰의 맵에서 GPS신호로 내 위치를 파악하며 찾아 갔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지도 만 보고 찾아 간다면 어떨는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큰 지도에서 amsterdam sightseeing 보기

네덜란드엔 참 박물관이 많은 것 같다. 우리 집 주변 만 해도 4-5 군데의 박물관이 있다. 그래서 여기 온 김에 부담 없이 박물관 구경하자 하여 박물관 패스를 구매했다. 인당 €44.9, 작은 돈은 아니지만 박물관 입장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몇 군데 안가도 사는 것이 이득일 것 같다. 보통 €10 가까이 하는 것 같으니까… 패스를 사면 이것으로 갈 수 있는 박물관들의 리스트가 나와 있는데, 꽤 많은 곳을 갈 수 있다. 패스는 박물관 마다 구매를 할 수 있는 것 같고(불확실) 우리는 안네의 집에서 구매했다. 직원이 24세 이하이면 더 싸다고 그런지 물었는데, 망설임 없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잠시 후 백인들이 황인종 나이를 잘 구별 못한다는 사실에(우리도 걔네 나이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 살짝 아쉬움이 일기도 했지만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기로.Winking smile 서구 사회의 기득권을 생각할 때, 우리가 조금 이득을 보아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하다.

IMG_20101224_135919도장은 찍어야지…

나의 경우에는 “안네의 일기”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지만 아내는 감명 깊었다 한다. 건물은 완전히 박물관으로 탈바꿈 하였지만, 안네를 비롯하여 창고 2층에 숨어 지냈던 사람들의 상황에 쉽게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었다. 안네 등이 누군가의 밀고로 44년에 발각되어 수용소로 옮겨졌다 하고, 아버지 오토를 제외하고는 45년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모두 죽고 말았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작태를 보면, 이런 비참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곳을 젊은 이들의 배움터로 만들고자 했던 안네 아버지 오토의 가르침을 이스라엘의 유태인들이 깊이 새겨야 하지 않나 싶다. 과거 피해자였던 자들이 기꺼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정녕 배우는 존재인가 궁금해진다. 이것이 바로 끝이 없는 윤회의 고리가 아닐까. 그곳 방명록에 적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마찬가지 안타까움에서 한자 적고 나왔다.

관람을 마치면 매점으로 연결이 되는데 그곳에는 세계 각국의 안네의 일기 번역본을 판매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한국어판이 만원이라고 찍혀 있는 것을 €15 받는다는 것. 두배도 넘잖아! 누가 살까 싶기는 하다. 반 전시용이겠지…

IMG_20101224_151150-2한국어판 안네의 일기.

안네의 집을 나와 반 고흐 박물관으로 향하는데, 꽤 거리가 된다. 30분 이상을 착실히 걸은 것 같다. 가는 길에 알버트하인 들러서 음료랑 먹거리도 좀 사고. 이번에도 폰 지도와 GPS로 찾는 내 위치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고흐 박물관 바로 근처에 국립 박물관이 있고, 거기 유명한 “I AM STERDAM” 부조물이 있다. 누구나 하듯 우리도 그 앞에서 사진을 박고 박물관으로 갔다.

DSC00320이런 것이 있다.

 

IMG_20101224_161803사진이 좀 삐뚤…

날이 날인 만큼 관람객이 별반 없었다. 사실 난 그게 아래쪽으로 피크인 날이라는 것을 몰랐는데, 다녀와서 인터넷에 줄 서서 들어가는 사진을 보니 우리가 참 운이 좋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만 그래도 한국의 웬만한 박물관 보다는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난 이게 사람이 적은 건지 몰랐던 거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안네의 집과는 조금 다르다. 가방 맡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 수색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 금속탐지기 까지 통과해야 한다. 꼭 예전에 회사 출입문에서 휴대폰, 열쇠 빼서 탐지기 옆 바구니에 담고 통과한 다음 다시 집는 모양새와 같다. 탐지기에는 풍채 좋은 경비원이 지키고 앉아 있다. 전시실 안에도 군데 군데 힘 꽤나 쓸 것 같아 보이는 덩치들이 포진해 있었는데, “이 정도는 돼야 유사시에 대비가 되겠구나” 싶더라. 우리나라에 수시로 벌어졌던(지금도?) 문화재 파괴 사건이 떠오르는 구나…

0층과 1층이 고흐 작품 전시이고 그 이상 층은 타 작가 전시이다. 해서 1층 까지만 보고 왔다. 미술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뭐라 평하긴 어렵지만, 걸작들을 도록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술관 와서 봐야 하는 이유는 그 사이즈 때문인 것 같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크기로부터 오는 미묘한 느낌이 있지 않을까? 작은 줄 알았던 그림이 훨씬 장대하다는 점이 나에게는 일단 임팩트를 주었다.

고흐가 주제인 박물관 임이 분명한 듯, 고흐에 관해서는 이 박물관에서 관람 만 해도 대부분 알 수 있을 정도로 설명과 구성이 잘 되어 있다. 덕분에 고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그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미술관에서 일 하다가, 종교적 영감을 받아 미술에 투신하고서는 자살하기 전 까지 기간이 겨우 1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다. 10년도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작품들은 막 눈으로 보아도 매혹적인 구석이 있다. 특히 에메랄드 빛으로 하늘을 그린 그림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관람을 마치고 구내 상점에 들렀을 때 그것이 프린트 된 비싼 엽서를 거의 살 뻔 했다. 그의 후반부 그림들은 색깔이 참 아름다웠다. 전반부는 매우 칙칙…

적당히 관람 마무리하고 식사를…

IMG_20101224_181954아내의 정보로 이곳에 갔다. 맛집이라 함. 체인점이다.

 

DSC00324에그 누들에 데리야끼 소스 치고 배추 올려서 먹었다. 맛있었음Smile 둘이 €14.5 나왔다.

이제 무료 콘서트를 보러 콘서트홀로 다시 걸어갔다. 위치는 반 고흐 박물관 보다 약간 남서쪽인데, 박물관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이 오페라하우스 소속의 오케스트라가 유명하다는데, 이 날 무료 공연은 그들이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 45분 전 쯤에 도착했는데, 무료라 그런지 사람들이 이미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간 걱정스러웠던 것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대다수라 왠지 종교스러운 행사가 될 것 같았다. 이 나라는 젊은 이들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듯, 일요일에 교회에서 나오는 사람들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대다수다.

DSC00332안의 광경. 곧 저 너머 빈자리에도 사람들이 꽉 찼다.

아니나 다를까, 한 곡 들을라 치면 찬송가 부르고 성경 구절 목사(신부?)께서 말씀하시고… 결국 죄송스럽지만 너무 졸리기도 하고 좀 바라던 바와 어긋나기도 하여 막간에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 탈추울~Smile

기차역으로 돌아올 땐 콘서트홀 바로 앞에 있는 Museumplein 트램 역에서 5번 트램을 타고 센트럴 역으로 돌아왔다. 꽤 추운 날씨였던 데다, 걸어오긴 먼 거리이고 야심하기도 해서 혹시 얻어 맞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해서… 그런데, 아내는 ov chipkaart라고 교통카드가 있어서 찍고 탔으나, 내 표는 트램 기사 아저씨한테 샀는데 가격이 무려 €2.6이나 했다. 눈물이 앞을 가림…

IMG_20101224_213355아하하… 홈 스윗 홈으로 고고고!

박물관 등 관람을 즐기지는 않지만, 오늘 같이 두 개 정도 보고 오는 것은 좋았다. 풍광도 좋았고. 보람찬 하루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